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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나>

by Yeonmot 2022. 10. 11.

<스포일러 주의 : 영화 <너와 나> 의 내용 다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는 사람 극소수인 일기장
누가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 스포일러는 안되니까.

꼭 극장에서 봤으면 하는 추천작
<너와 나>를 중심으로 글을 써보려 한다.



올해 부국제는 작년과는 다르게 기대하는 작품이 없었다
<너와 나>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시간표를 짜면서 상영작을 살펴보다가
<너와 나>라는 제목에 이끌려 찾아보았는데
조현철 배우의 첫 장편 데뷔작이었다.

게다가 박혜수 배우의 주연이라니.
그리고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봤지만
김시은 배우의 찰떡같은 연기까지 인상 깊었다.

그렇게 망설임 없이 <너와 나>를 예매했는데
GV까지 예정되어 있어서 한층 더 기대되었다.

빛을 많이 담고 있는 영화 포스터와 줄거리를 봤을 땐
흔한 10대 여고생들의 우정에 관한 내용으로 생각했었다
표면적으로는 10대 시절의 시기, 질투, 오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이야기하며
그 안에 세월호를 추모할만한 상징들을 담고 있었다

포스터뿐만 아니라 영화는 시종일관 빛을 담으며
뿌연 화면을 유지하고 있는데,
영화 첫 시작 교실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학생들 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깬
세미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점을 건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교실에서 낮잠을 자던 세미가
절친한 친구 하은이 죽어있는 불길한 꿈에 걱정이 되어
자전거 사고로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인 하은을 찾아가면서
하루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둘도 없이 친한 만큼
서로에 대해 숨기는 게 없길 바라는 마음
친구를 빼앗긴 듯한 불안함과 서운함
작은 부분에도 서로 오해가 생기고
상처받는 세미와 하은
그럼에도 서로를 걱정하며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들

중간 삽입곡으로 흘러나온 소유와 매드클라운의
착해빠졌어가 이 영화에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하은과 싸운 후 세미가 노래방에서 부르던
빅마마의 체념은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영화는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중간중간 비현실의 경계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듯하고
그 과정에서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세미의 시선에서 비춰지는 어린 여자 아이들의 모습과 거울을 비치는 장면,
세미가 꿈에서 본 죽어있는 하은이 사실은 하은이 아닌 자신일 수도
혹은 주변인들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장면들이
이미 현실이 아닌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산 소재의 학교와 수학여행 전날의 배경.
꿈에서 세미가 하은이 되어 깨어났는데, 늘 함께 타던 버스를 혼자서 타면서
늘 함께 보았던 하굣길의 노을을 홀로 보는 장면과 눈물을 흘리는 장면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태풍 너구리에 대한 뉴스
하은이 입원한 병원으로 바래다주면서 상복을 입은 사람들과
조화들이 비춰지는 장면이 녹아들어 있던 점을 보아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지점이 더욱 명확해졌다.

단순히 학창 시절의 풋풋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현재의 삶과 그 너머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

그래서 그런지 가슴 한켠이 저릿하며 아려왔던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밝은 화면과는
반대로 잔잔한 슬픔이 느껴졌다.

영화의 시작은 하은을 걱정하는 세미의 모습이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비현실의 세계에 있는 세미가 현실 세계에 홀로 남겨진 하은을 걱정하는 것 같아 보였다.

공원에서 우연히 발견한 '진식'이라는 큰 강아지와
진식의 주인을 찾아주는 장면
세미가 키우던 앵무새 조이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장면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현실을 충실히 살아갈 것을,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애틋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풀밭에 누워있던 세미가 웃으면서
눈을 뜨며 영화의 엔딩을 장식한다.
실제의 사건에 비추어 본다면 세미는 수학여행을 떠나서 돌아오지 못하게 되고
하은은 홀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세미와의 추억을 그리면서.

하지만 영화에서 만큼은 그렇게 그려지질 않길 바라본다.
세미와 하은이 서로에게 더욱 소중해지는,
주변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계기가 되는
하루동안의 스토리로 마무리하고 싶다.

여운이 짙게 남아
이따금씩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가 생각날 것 같다

- 27th BIFF (202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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